넥서스를 읽고
2004-2학기 사회구조와행위 (김용학) 수업 레포트
여러 형태의 독후감을 쓸 수 있겠고,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넥서스를 읽고난 후 그 책이 나의 생각에 영감을 준 두 요소를 중점으로 다루었다. 하나는, 커뮤니티의 생성과 발전, 진화, 분화 및 소멸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각 커뮤니티를 연결할 수 있는 커넥터에 대한 것이다. 네트워크 이론이 내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에 어떤 통찰을 줄 수 있는지의 맥락에서 글이 전개된다.
서론
내가 이 수업을 듣게 된 것은 커뮤니티(공동체)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서이다. 물론 이 수업의 개체는 개인과 사회 구조—micro과 macro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중간 단계에 강한 결속을 가지는 커뮤니티를 가정하고 수업을 듣고 있다. 때문에 넥서스를 읽으면서도 커뮤니티에 적용할 수 있는 주제들이 주로 눈에 띄었다. 그 중 하나는 커뮤니티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진화, 분화, 소멸되는지에 대한 커뮤니티의 역사성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서로 서로의 커뮤니티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서로 잘 맞지 않는 분야일지 모르지만, 나름대로의 생각을 동원해보았다.
커뮤니티 네트워크의 진화
모든 커뮤니티는 각 구성원간의 관계가 생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친밀해짐으로서 커뮤니티가 강화되었으면 하는 리더의 바람과는 달리, 실제 멤버들의 네트워크는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어 갈 수 있다. 때문에 커뮤니티 이론과는 별개로 실제로 커뮤니티 내부에서 자연발생적인 인간관계 네트워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필요가 있다. 이러한 면에서 넥서스는 나에게 첫번째 영감을 주었다.
패턴의 창발
네트워크는 불규칙적으로 보이는 첫 모습과는 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성장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일정한 규모의 군집을 이루기 시작하면서 눈에 드러나게 된다. 넥서스에서는 그 연결 고리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어떠한 것들이 실제 인간 관계에서의 연결 고리일지, 그 강도는 어떠한지, 반작용은 없는지 등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적용하며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 것이 어떤 형태이던 일정한 규칙을 가진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역시 커뮤니티에서도 관계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한 커뮤니티로 모인 사람들이지만, 그 안에서도 개인적인 관계 네트워크가 일어난다. 처음 커뮤니티에 소속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관계를 시도하지만, 곧 몇몇 자신과 맞는 사람들과 강한 결속을 가지게 된다. 각 개인의 성향이나 세부적인 취향 등에 따라 관계 네트워크 군집이 형성될 것이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들끼리, 특정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결속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관계 형성은 커뮤니티를 결속하는데 중요한 자원이 된다. 커뮤니티가 목적 지향적이라면 자칫 딱딱하거나 메마를 수 있는 커뮤니티의 결속을 인간관계를 통해서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커뮤니티가 목적 지향적이 아니라면 커뮤니티의 존재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편향성
넥서스에서는 작은 세계 네트워크에 두 가지 형태의 연결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네트워크 요소들간에 연결고리가 공유되는 방법에 따라 평등주의적 egalitarian''인 연결과
불평등주의적 aristocratic’’ 연결이 있다. 커뮤니티 리더가 가장 바라는 것은 평등주의적 연결일 것이다. 하지만 자연발생적이고 시공간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실제 관계 네트워크는 불평등주의적 연결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커뮤니티 내에서 별도의 군집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은 물론 취향에 따라 행해지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특정하게 인기있는 누군가에게 관계가 몰리는 것 역시 생각해볼 수 있다. 오히려 이것을 커뮤니티의 강점으로 삼을 수 있다. 다양한 사람과 부담없이 관계할 수 있는 사람이 커뮤니티의 핵심 멤버라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커뮤니티와 커뮤니티 내 인간 관계 네트워크를 일치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가 커뮤니티의 핵심 멤버가 아니라면, 커뮤니티는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커뮤니티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리더쉽과, 그가 실제로 발휘하는 리더쉽이 충돌하게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군집이 여러 개가 된다면, 한 커뮤니티 내에서 여러 네트워크 군집들이 존재하며 다투는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또한 커뮤니티 내에 소외 집단이 생기게 된다. 주 집단이 커뮤니티 자체라면 좋겠지만, 만약 주 집단이 따로 생기게 된다면 주 집단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주 집단과는 약한 결속력을 가지고, 다만 커뮤니티의 전체적인 유대관계만으로 커뮤니티에 남아있게 된다. 그나마의 결속력마저 사라지게 되면 그들은 커뮤니티를 떠나게 될 것이다. 이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가난뱅이에서 부자로, 다시 가난뱅이로
넥서스에서는 허브의 쇠퇴를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불평등주의적 aristocratic'' 네트워크가
평등주의적 egalitarian’’ 네트워크로 진화한다고 이야기한다. 개인 관계에서도 그가 감당할 수 있는 관계를 넘어서게 되면 허브로서의 기능이 쇠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2차 허브가 나타나게 되고, 새로운 집단이 분화될 것이다. 하지만 관계 네트워크에서는 항공 네트워크와는 달리 관계가 그렇게 쉽게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주 집단과 새로운 주 집단이 공존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잘 활용하면 커뮤니티 내의 군집 불평등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확산
또한 커뮤니티 내부에서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면서 특정 이슈가 확산되는 현상도 중요하다. 그것이 커뮤니티 전체의 방향성, 새로운 아이템일 수도 있고, 전체적인 분위기, 개인의 생각일 수도 있다.
보통 이러한 것들을 확산시키려면 강한 유대관계를 활용한다. 누가 누구와 친하고, 누구 말을 잘 듣는다던지 하는 개인적인 관계 네트워크를 이용한다. 하지만 넥서스는 그것보다는 약한 유대관계를 활용하라고 이야기한다. 강한 유대관계를 통해서는 특정한 범위 내에만 확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약한 유대관계를 이용하게 되면 네트워크 전체에 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
커넥터 : 약한 유대관계의 힘
또한 개개의 커뮤니티를 넘어서 커뮤니티간 네트워크를 생각해볼 수 있다. 자연발생적으로 커뮤니티간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면 좋겠지만, 현재는 네트워크가 없고,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것들을 활용해야 할까?
인터–커뮤니티 커넥터
네트워크 군집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은 약한 유대관계이다. 강한 유대관계라면 커뮤니티 내부의 관계일 것이고, 군집들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은 약한 연결이다. 따라서 커뮤니티간 네트워크를 위해서는 약한 유대관계에 의존할수밖에 없다. 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해당 커넥터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두 네트워크 군집간 여러 다른 커넥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인터–커뮤니티 커넥터들을 통해 커뮤니티 네트워크가 점점 강화되어갈 것이다. 네트워크간 유대관계를 통해 확산이 일어나고 커뮤니티 자체의 군집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통이 유연하게 일어날 수 있다.
맺음말
이상으로 넥서스를 읽으면서 커뮤니티에 대해 고찰한 것들을 적어보았다. 책 자체에 대한 독후감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생각하던 것들을 네트워크 이론을 활용해 어떻게 정리하고 체계화할 것인가에 대한 글이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Top–down 형태의 커뮤니티와 Bottom–up 형태의 커뮤니티 내 실제 관계 네트워크를 어떻게 예측하고 일치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