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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PC 통신이 유행일 때가 있었죠.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겁니다. 좀 더 해볼까요? Kitel, Edunet에 종종 갔었고, 01410, 01411, 01432, 01443이라는 숫자를 보면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지시는 분들이 있을겁니다. 오랜만에 옛날 그 느낌을 되새기고 싶은 분들은 여기 한 번 가보시죠. http://www.01411.net

갑자기 BBS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단지 옛날의 정취와 정겨움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만은 아닙니다. 지난 토요일, 새빛맹인선교회라는 곳을 방문하고 있었답니다.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연결한 곳인데, 여차저차해서 우리교회 봉사활동하는 팀들 중, 그 기관에 봉사활동하는 팀을 인솔하게 되었어요.

예전에 밀알선교회에서 봉사활동했던 기억도 있고 해서, 컴퓨터를 가지고 도울 수 있는 것은 없냐고 여쭤봤더니, 되게 반가워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한 분 두 분에게 저를 소개시켜주시면서, 컴퓨터 배우는거 도와줄 선생님이라고 그러시더군요. ㅎㅎ

봉사활동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역시 시각장애인이신 장로님 한 분이 이것 하나만 봐줄 수 있냐며 저를 부르셨습니다. 그러면서 노래 하나를 다운받아서 듣고 싶은데, 예전에 자기가 하던 방식으로는 안된다고, 좀 도와달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옆에서 컴퓨터를 사용하시는걸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게 참 신기했습니다. 시각장애인용 컴퓨터에는 커서가 위치한 곳의 글자들을 자동으로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실행시켜놓더군요. 그래서 커서를 움직일 때마다 그 글자들을 읽어줍니다.

‘인터넷 사용법을 어떻게 알려드리지?’ 하는 생각을 잠시 하고 있었는데, 장로님이 실행한 것은, Internet Explorer가 아니라 ‘이야기’였습니다. 순간, ‘아차’ 싶더군요. 이야기를 실행하고 하이텔에 접속하는 그 순간부터, 컴퓨터에서는 쉼없이 글자를 읽어주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그 분들에게는 인터넷의 화려함은 아무 의미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 분들에게는, 프로그램이 읽어줄 수 있는, 글자를 바탕으로 한 인터넷이 필요했던겁니다. 마우스를 거의 이용하시지 않더군요. 마우스 커서를 움직일 때도 키패드를 사용합니다. 커서를 한 칸 내릴 때마다 프로그램이 글자를 읽어줍니다.

그런데, 이 BBS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예전의 찬란했던 PC통신의 시대와, 그 주역이었던 BBS는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 있고, 중요한 것은, 더 이상 BBS에는 유용한 정보가 그렇게 많이 올라오지 않는다는겁니다. 인터넷의 최신 정보들을 BBS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음악 파일 하나를 받으려고 해도, 흘러간 옛날 노래 몇 곡 이외에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나마가 그분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입니다.

이어폰이 자꾸 고장난다고, 이어폰 살 돈은 없는데 자꾸 고장나면 어떻하냐고, 더 좋은 이어폰은 얼마냐 하냐고 A 집사님이 B 청년에게 물었습니다. B 청년은 그런거 사려면 상수동까지 가야된다고, 상수동에도 5천원짜리하고 8천원짜리 두 종류밖에 없다고, 그런데 8천원짜리는 컴퓨터에만 쓸 수 있다고 A 집사님에게 물어보시더군요. A 집사님은 그거 이어폰 좀 고장 안나는거로 사오라고, 여기 이거 핸드폰하고 좀 바꿔오라고 그러시더라구요.

옆에서 듣다가 처음에는 ‘이 분들 잘 모르시는구나. 백폰 같은거 사면 그런 고장은 잘 안난다고 말씀드려볼까’라는 생각이 들다가, 그분들의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에 생각이 미치게 됐습니다. 용산이나 낙원, 청계천 같은데 가면 이어폰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브랜드 이름도 아니고 이어폰을 5천원짜리하고 8천원짜리 두 종류로 구분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휘황찬란한 이어폰들도 많이 있다고 선뜻 이야기할 수가 없더군요.

그나마 컴퓨터 좀 배워보시겠다고, 컴퓨터 배우면 그분들 중에서도 첨단을 달리는거 아닙니까?, 그런 분들이 계신데, 통신회사들이 돈 안된다고 점점 메뉴 수를 줄여가면서 폐쇄 준비를 수년 동안 하고 있는 BBS를 통해서 이런 저런 생활들을 하시는 그 분들을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기술이라는거요. 정말 빠르게 발전해가더군요. 몇년이면 대학에서 최신 경향이라고 배웠던거 다 지나갑니다. 복학한 사람들은 갑자기 수업용 언어로 사용되는 Java라는 녀석에 당황스러워하고, 윈도우 버전도, 개발툴도 완전히 바뀌어버린 모습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기술이라는 녀석은, 앞으로만 달립니다. 예전 기술과 공존하는 모습은 별로 찾아볼 수 없더군요. 지금 펜티엄2 가지고 있으면 그거 제대로 사용이나 합니까? 그저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용으로나 생각하지 그 기계가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 흐름과 동일하게, BBS요, 그거 옛날의 추억이죠. 요즘은 그거 누가 쓰나요? 인터넷이 더 좋고 더 많은 정보들도 제공하고 그러는데요. 그거 회사들에서도 점점 서비스 중단해가는 모양이던데요? 그런데 문자 기반이라는 BBS의 특징에 크게 혜택을 입으면서 사용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시장은 그런 분들의 사정은 그다지 생각해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시각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서핑할 수 있는 웹사이트는 있나요? 참고로 시각장애인분들이 마우스를 쓰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어디가 끝인지, 지금 포인터가 어디 와있는지 어떻게 알아요? 그분들은 키보드를 사용해서, 메뉴를 하나씩 이동해가면서야 컴퓨터를 사용하실 수 있는 분들입니다.

기술이라는거요. 정말 빠르게 발전합니다. 그런데, 그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요구하는 주체는 누구일까요? Oracle 8i, 9i에 부족해서 더 빠른 처리를 위해 10G까지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주체는, 전 세계에서 몇 퍼센트도 되지 않는 소수의 초국가기업들입니다.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이미 충분히 빠르고 충분히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사용하기 불편하고 주류 사용자들만을 고려하고 있지요. 좀 느릴지 모르지만, 더 쉽고, 더 편리하고, 더 간단하고, 더 단순한 것, 그런 연구를 하는 곳이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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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soo,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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