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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과정으로서의 삶이 더 쉬운 삶인 것 같다.
- 고등학교때의 삶은 대학교를 준비하기 위한 삶.
- 애인이 없을 때의 삶은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연애하고 결혼하고 살기 위한 삶.
- 유학가기 위한 준비
- 대학가기 위한 준비
- 집 장만하기 위한 준비
- 무엇 무엇 하기 위한 준비
하지만 그 목표점에 도달했을 때 과연 그 삶을 잘 누리고 제어할 수 있는지가 더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그토록 바라던 대학에 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별로라고 생각되고, 그토록 바라던 휴가가 되었는데 막상 집에서 뒹굴뒹굴하다가 별로 재미없게 보내고, 집을 장만하긴 했는데 정작 집에 있는 시간도 별로 없고 청소도 잘 안하고 살고
더 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계속 무언가를 추구하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목표를 이루었을 때, 그것을 기쁘게 누리고 영위하는 방식을 잘 모르기 때문에.
폴 투르니에는 ‘모험으로 사는 인생’에서 모험이란 인간의 기본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성취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모험이 아닌 것이라고. 그래서 또 다른 모험을 찾아 떠난다고.
하지만 모험을 찾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어떤 여행자는 여행할 때 매 도시마다 발도장만 찍고 다닌다. 도시마다 휘리릭 훑어보고는 다시 다른 도시에 있는 재미를 찾아 떠난다. 그러나 어떤 여행자는 한 도시 내에서도 다양하게 존재하는 세세한 볼거리를 즐긴다.
목표 지점에 도달했을 때, 그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다양한 즐거움들을 찾아내는 안목이 계속 새로운 큼직큼직한 목표를 발견해야 하는 부담스러움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